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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강직성척추염 이야기

류마티스내과에서 강직성척추염을 확진받고 나서.

by kiss kiss 2020. 9. 4.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허리와 목 쪽의 심한 통증 때문에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신경외과와 재활의학과를 거쳐 심장내과에서 검사를 받은 뒤

 

강직성척추염이 의심된다고 해서 류마티스내과에 진료예약을 했다.

 

환자가 무척 많아서 초진 예약이었으면 대기가 길었을 것 같은데

 

같은 병원 재활의학과에서 보낸 환자라서 그런지 예약 대기가 생각보다 짧았다.

 

진료 날이 되어 류마티스내과 선생님을 만나러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도착하자마자

 

1동 푸드코트 옆에 있는 투썸플레이스에 들러 카페라떼 한잔을 받아 들고 진료실 쪽으로 향했다.

 

벌써 반년도 넘게 전이라서 그때는 병원 내부에도 마스크를 안쓴 환자들이 많았다.

 

넓은 환자 대기공간 제일 구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진료시간을 기다리던 기억이 난다.

 

 

류마티스내과 진료실에서 마주한 담당 선생님의 첫마디는

 

"재활의학과에서 강직성척추염이 의심되어서 보내신 것 같다"였다.

 

그 의심을 정확히 진단해서 가부를 가리는 것은 류마티스내과 선생님의 영역이다.

 

그리고 몇가지 질문이 던져졌고 내 몸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다.

 

무릎이나 다른 관절들이 수시로 붓고 아프고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그중 예전에 정형외과에서 설명 들었던 어떤 한가지 항목을 이야기하자 아! 하면서 추가로

 

내가 이야기하지도 않은 부위를 가리키며 혹시 여기 아프지 않냐는 질문이 던져져서 조금 놀랐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라고 생각하며...

 

사실 다들 이래서 기다리더라도 좋은 병원에 가는거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화중에 나도 모르게 

 

"음...여기서도 아니면 저는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요..." 라고 하소연 비슷한 말을 했었다.

 

그런데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강직성척추염 환자들이 낭인처럼 이병원 저병원 이과 저과 떠돌다가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진료실을 나와서 추가로 엑스레이와 혈액검사를 다시 했고,

 

그리고 다음 진료날에 좋은건지 나쁜건지 나는 그렇게 강직성척추염 확진을 받고 환자가 되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제대로 진료받고 고통의 원인을 찾은 건 기뻤지만,

 

현대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어도 아직까지 강직성척추염을 완전히 정복한 것이 아니라서 그것만은 슬펐다.

 

 

나만 그런건지 다른 강직성척추염 환자들이 다들 비슷한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제시간에 잠이들고 제시간에 눈을떠서 침대에서 빠져나오기가 정말 힘이든다.

 

몸이 아픈것도 아픈거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나 멍하니 있거나 또는 잠을 청하려고 누웠을때

 

정말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거의 대부분은 안좋은 생각들 그리고 고민거리들.

 

그러다보면 한두시간 이상씩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거나 겨우 잠이 들어도

 

새벽에 강한 통증때문에 잠에서 깨는 날이 정말 많아졌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상황이 반복된다. 

 

이때껏 살아오면서 아파서 잠이 깬것보다 지난 반년 조금 넘게 강직성척추염 통증으로 잠에서 깬 날이 더 많다. 

 

그렇다고 앉아있으면 허리랑 목이 못견디게 아파서 통증이 심해질때는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본인의 나이는 절대 젊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많은 나이도 아니라고 생각된다.

 

현재는 20년쯤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 높은 의료환경 속을 살아가는 덕분에

 

평균수명 또한 20년 전에 비교해서 10년 이상 증가했다.

 

때문에 그냥 '오래사는것' 그 자체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고

 

'건강수명'이 정말 중요하다고 항상 이야기해왔는데

 

이제 내게는 더이상 필요없는 단어가 되어버린것같다.

 

사실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니까 의미 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당장 내일 산책을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떠나거나 기타 여러가지 이유로 평균수명을 못 채우는 게 아니라면

 

중요한 이야기인 것이다.

 

'통증과 함께 오래 사는것이 좋은가, 통증없이 발병전의 몸으로 돌아가 짧게 살고싶은가'

 

만약 이러한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난 망설임 없이 후자를 선택할듯싶다.

 

 

하지만 내게 남겨진 시간이 어떠한 형태로 흘러갈지는 아직은 알 수가 없다는 것,

 

바로 이 사실이 조금만 방심을 하면 내 머리속을 빙글빙글 어지럽힌다.    

 

치료가 시작되더라도 병의 진행을 100% 멈추지는 못하는 것 같다.

 

어딘가에서 본 이야기이다.

 

당연히 발병 전으로 깨끗하게 치료가 되어 몸을 되돌리지도 못한다.

 

이 병의 진행에 대해서는 류마티스내과 선생님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결국 아직까지 못 물어본 채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렇게 강남세브란스병원을 자주 왕래했는데 이런 어플이 있다는 걸 지난주에야 알았다.

 

발견하자마자 바로 다운로드해서 설치했는데 매우 편리하다.

 

위에 카카오프렌즈 제이지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그림에는

 

환자 본인의 이름과 등록번호가 표시되는 부분이다. 

 

 

 

 

kiss kiss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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