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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잡동사니...^^

[스크랩] 우리집으로 와.......

by kiss kiss 2007. 11. 14.
사랑이란 건,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똑같다.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때로는 생각과 정반대로 가기도 하고, 끊임없이 상처를 주면서도 서로를 갈구한다. 사랑의 추억이 쌓이는 만큼, 상처 역시 쌓인다. 완벽한, 영원한 사랑이란 없다. 완전한 삶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사랑을 한다. 사랑이란 위대하지만, 또한 별것 아니기도 하다. 무언가를 먹는 일은 그냥 습관처럼 이루어지지만, 먹지 않으면 결코 생존할 수 없다. 어쩌면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 집으로 와요』의 아야는 5살 연하의 대학생 미키오와 사랑에 빠진다. 미키오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술집에서, 아야가 단골로 가는 술집에서 만난 그들은 하룻밤을 같이 지낸다. 그리고 `출퇴근 동거'에 들어간다. 미키오는 일주일에 4, 5일을 아야의 집에서 보낸다. 하루의 절반을 함께 하면서, 그들의 사랑은 깊어간다. `내 집으로 와요'란 제목처럼, 이 만화에서 집이란 공간은 무척 중요하다. 그들은 집에서 처음 만났고, 거의 집에서 돌아올 연인을 기다린다. 『내 집으로 와요』를 보고 있으면 사랑이라는 단어의 뜻이, 집처럼 따뜻하고 안온한 공간으로 여겨진다. 아야와 미키오의 사랑은 집에서 이루어지고, 새로운 집을 구하면서 깨진다. 사랑의 흔적은 그들의 몸과 마음만이 아니라, 집에도 서려 있었다. 아니 그들이 사라져도, 아마 집은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숱한 밀어와 사랑의 몸짓들을. 추억은 머리가 아니라 몸에서, 시간이 아니라 공간에서 붙박혀 있다.

하라 히데노리는 사소하면서도 소중한, 순간의 감정을 탁월하게 잡아내는 작가다. 우연히 클럽에서 만난 아야와 미키오의 사랑은, 안단테로 흘러가면서도 전혀 태평하지 않다. 작고 일상적인 감정들이 쌓여가면서 거대한 해일이 되는 모습을, 하라 히데노리는 예리한 감수성으로 잡아낸다. 미키오는 연상인 아야의 앨범을 들쳐보며, 약간 질투한다. 젊은 날의 아야를 자신이 만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긴 머리의 아야를, 보고 있던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아프고 질투심이 인다. 그후, 아야에게 연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미키오는 단호하게 말한다. `지금의 아야를 사랑한다'고.

알콩달콩 사랑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수려하게 엮어내는 장면들도 재미있지만, 『내 집으로 와요』가 특히 공들이는 것은 일과 사랑의 상관 관계다. 이미 대학을 졸업한 아야는 피아노 교사를 하다가 음반 프로듀서에게 발탁된다. 곡을 만드는 등 음반 제작 때문에 바빠진 아야를 보며, 미키오는 허전함을 느낀다. 미키오가 승부를 걸고 있는 사진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뭘 찍어야 할지도 모르는 녀석의 사진은 재미없다”는 소리까지 들으며, 우울해한다. 성큼성큼 나아가는 아야에 비해, 뒤쳐져 있다고 느끼는 미키오는 투정을 부리고 화를 내며 돌아선다. 미키오는 돌아오지만, 문제는 또 있다. `기생'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미키오가 사진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생활비를 대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아야가 돌아선다. `꿈을 쫓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사라진 미키오를 볼 수 없기에.

『내 집으로 와요』는 꿈과, 사랑과, 생활이 서로를 침범하며 맞물려 든다. 꿈을 쫓으면 사랑이 허물어지고, 사랑에만 빠져 있으면 연인의 성공을 질투한다. 과연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것은 연인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사랑을 얻는 것일까. 혹시 성공한 연인의 사랑? 아야의 예전 연인 카즈는 안정된 생활을 위해 피아니스트의 꿈을 버렸고, 바로 그 이유로 아야는 떠났다. 몇 년만에 아야를 만난 카즈는 용기를 낸다. 직장을 그만 두고, 꿈을 쫓는다. 그 시절의, 피아노를 치던 자신이 가장 빛났다며. 그러나 사랑은 돌아오지 않는다. 모든 것은, 시간은, 사랑은 지나가 버렸다. 그건 아야와 미키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키오와 카즈 사이에서 흔들리던 아야는 결국 미키오에게 돌아온다. 그러나 미키오는, 카메라 작가의 냉정한 시선으로 아야의 표정에 서려 있는 슬픈 미래를 잡아낸다. 정말로 시간은, 그 사진처럼 흘러간다. 미키오와 아야는 결국 헤어진다. 사진작가로 승승장구하는 미키오는,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건 이미 아야씨가 아니야”라고 말한다. 사랑은 끝난다.

헤어짐으로 끝나는 사랑이지만 미키오는, 아니 하라는 변명하지 않는다. 아야와 헤어지고, 개인 사진집을 발표한 미키오는 생각한다. “난 사진을 택했다...사진을 위해 아야씨를... 아니 틀렸어, 자기기만이야... 식었을 뿐이다... 아야씨에 대한 마음이 식어버렸을 뿐이야... 우연히 만나서... 서로 좋아하게 되고... 함께 살다가... 헤어졌을 뿐이잖아...” 쉽게 동의하고 싶지 않겠지만, 많은 사랑이 그렇게 끝난다. 누구는 사랑이 지속되는 기간은 길어야 3년이고, 그 이후는 정이라고 말한다. 영원한 사랑이란 어쩌면, 신화가 아닐까. 영원한 사랑을 믿고 싶어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내 집으로 와요』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사랑의 환상이나 신화에서 허우적거리지 않는다. 이토록 냉정한 헤어짐은, 다른 영화나 만화에서도 좀처럼 보지 못했다. 특히 7권에서, 미키오와 아야의 사랑이 종말로 치닫는 과정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숨이 막힌다. 하라 히데노리는 아다치 미츠루처럼, 여운이 담긴 작은 컷들을 활용하고 풍경이나 사물의 삽입 혹은 여백으로 감정과 정서를 드러내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인다. 만화는 정지이며, 동시에 움직임이다. 『내 집으로 와요』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언뜻 하라의 만화를 보면, 그림도 평범해 보이고, 이야기도 지지부진한 것 같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일상의 보석이 빛을 발한다. 미키오가 찍은 사진을 놓고 사진부의 오쿠마 선배가 말한다. “언뜻 보기엔 별 볼일 없는 사진이야. 충격적인 느낌이라면 나카하라 쪽이나 리카 쪽이 더 강해. 하지만... 왠지 눈이 멈춰버리거든. 미키오의 사진은 피사체의 일면만을 포착한 것이 아니야.” 하라의 만화 역시 그렇다.

하라는 꿈을 쫓는 사람을 그리면서, 그들의 야망에만 주목하지는 않는다. 미키오가, 그를 라이벌로 느끼는 나카하라의 사진에서 일류 요리사의 불타는 눈이 아니라 견습생의 호기심과 순수함이 배여나는 눈을 찾아내는 것처럼. 하라의 작품 『섬데이』, 『겨울 이야기』, 『언제나 꿈을』의 주인공은 각각 취업 재수생, 대학 재수생, 만화가 지망생이다. 아직 자기의 미래가 어떨지 대충 그려보기도 벅찬 시절,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 무자비하도록 풋풋했던 청춘이 하라가 그려내는 주인공들이다. 빛보다는 어둠에 더 친근하고, 그러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사랑 이야기.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많았던, 성공보다는 좌절의 시간이 더 길었던, 찬란한 순간의 이야기들.

--- 문화평론가 김봉석
출처 : 신명클럽
글쓴이 : 카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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