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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강직성척추염 이야기

강직성척추염 생물학적 주사제 두번째 변경

by kiss kiss 2021. 3. 28.

지난 1월달 강남세브란스병원 진료 이후에 2개월이 넘게 시간이 흘렀는데 그동안 상당히 많은 일이 있었다.

류마티스내과에서는 강직성척추염 치료에 사용하던 생물학적 주사제 종류를 다시 바꾸었고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치료실에서 도수치료를 2개월간 받았으나

재활의학과 선생님과 상의후 결국 중단하게 되었으며

소화기내과에서 수면제 처방을 소량이나마 받아서 며칠간이었지만 내가 원하는 시간에 

깊디깊은 잠에 들어 아침을 맞이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폭풍같은 통증이 몰아쳐 한동안 또다시 누워서만 끙끙 앓으며 지냈다.

 

작년 10월에 기존에 사용하던 강직성척추염 생물학주사제가 효과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류마티스내과 선생님이 새로운 생물학적주사제로 바꿔주어서

자가주사 방식으로 치료제를 사용했는데 

주사 초기부터 효과가 있었고 통증도 서서히 개선이 되고 있었다.

1월 초 진료 때까지만 하더라도 분명히 몸상태가 많이 나쁘지 않았는데

중순이 지나면서 갑작스럽게 몸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고

통증도 점점 증가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눈뜨자마자 느끼는 통증의 강도도 상당히 올라갔고

온몸이 저리고 뻣뻣하고 두들겨 맞은듯한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다.

지나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척추 등줄기를 따라 깊은 곳에서 솟아 나오는듯한 그 통증은

말로 형용하기 힘든 괴로움을 가져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괴로운 부분은 그 통증이 멈추지를 않는다는 것. 

눈을 감으나 뜨나 하루 종일 지속되고 심지어 잠이 들었다가도 통증 때문에

강제로 눈이 떠져서 잠이 깨어버리곤 했다.

몸을 좀 움직이거나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면 통증이 조금 경감되지만

그것도 그때뿐이고 움직임을 멈추면 다시 통증이 강하게 올라온다.

 

그리고 이미 그 정도 통증이 나타날 때에는 강직성척추염의 대표 증상 중 하나인

극심한 피로감 또한 동반되어 심해진 상태이므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힘조차 없다.

기운이 없으니 움직이기도 힘들고 당연히 산책을 나가는 건 더더욱 힘들어진다.

이 부분은 아마 통증의 발현과 동시에 악화되는 구내염으로 인해

음식 섭취량이 줄어드는 부분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입안이 따갑고 아프니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자연히 몸을 움직일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게 되어 더더욱 기운이 없다.

심할 땐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어져서 침대에 누워만 있고 싶다.

또한 온몸이 특히 팔다리, 손발의 말초부위로 갈수록 저리고 차갑게 시린 느낌이 든다.

아프기 전에도 워낙에 추위를 싫어해서 끔찍하게 싫어하는 계절이 겨울이었는데

지금은 더 싫어졌다.

한국이 온대기후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또 원래 관절이 좀 붓는 경향이 있었는데 무릎이 많이 부어서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선명하게 눌려서 푹 들어간 자국이 한동안 남아있을 정도로 부어오르기도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받는 날에 류마티스내과 선생님에게 악화된 몸상태를 설명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생물학적 주사제가 안 들으면 다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단, 기존 4주 간격으로 주사하는걸 3주 간격으로 줄여서 한 번 더 주사하고

먹는 약 구성도 약간 처방을 바꿔서 복용해보고

3주 뒤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진료실을 나왔는데

그 3주의 시간이 상당히 괴로웠다.

공연히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하고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하다가 갑자기 알 수 없이 화가 나서 볼펜을 집어던지기도 하며

즐겁지 않은 시간을 통증과 함께 보낸 뒤 다음 예약일에 류마티스내과 진료를 받았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선생님은 좀 어떠냐고 물어왔고 나는 지난 3주간 몸이 느낀대로 대답을 했다.

류마티스내과 선생님은 지난번에 바꾼 생물학주사제가

강직성척추염에 새로 급여 허가가 난 신약이라서

효과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었다고 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기대감이 정말 컸고 초반 효과 또한 좋았기 때문에

드디어 혹시 통증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집안 한구석 거치대에서 먼지가 쌓여가고 있는 MTB를 다시 꺼내서

라이딩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와는 상성이 맞지 않는 주사제였던 것 같다.

 

주사제 변경을 결정하기 전에 류마티스내과 선생님은 딱 1개월만 더 연장해보자고 권유했으나

이번에는 내가 통증 때문에 견디기가 힘들어서 싫다고 했다.

그러자 사실 혈액검사상 염증 수치도 다시 상승해서 더 강하게는 이야기하지 못하겠다고

또다시 생물학적 주사제를 다른 종류로 바꾸어주었다.

두번째 변경이다. 

권유를 거절해서 류마티스내과 선생님에게 좀 미안한 감이 있었지만

이제 통증에 심신이 지쳐서 참는게 힘들었다.

게다가 주사를 맞고나면 주사부위가 많이 붓고 가렵기도 하고

조금 호흡이 가빠지거나 전신에 두드러기 같은 것들이 많이 올라와서 그 부분도 이야기를 했었다.

이번에 새로 바뀐 주사제는 전통적으로 오랜 기간 써왔던 약물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기존 월 1회 방식이 아닌 주 1회 방식이다.

진료가 끝나고 강남세브란스 병원 건물 2동 1층에 있는 원내약국에서 주사를 받아와서

본 진료에 앞서 예진도 하고 주사제 사용법 등을 교육해주는 선생님에게 갔다.

그동안 주사제를 계속 사용해 왔어서 아주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종류가 달라져서 간단한 설명과 함께 1개를 직접 주사했다.

주사할 때 통증은 이번에 바뀐 주사제가 훨씬 덜했다.

예전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기존 주사제는 주사할 때 매우 아팠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교육 선생님이 어떤 남자 환자분은 주사 사용법 교육 중에 너무 아파해서

환자 본인이 직접 주사를 못하고

대신 주사해줬다고 하는 걸 보면 아픈 게 맞나 보다. 

나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부디 그 남자 환자분과는 잘 맞아서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

 

주사제를 바꾸고 나서 만 3주가 지나고 이제 4주 차에 접어들어 4개째 주사제를 사용했다.

한 달분은 하나의 패키지 안에 약물이 채워진 작은 주사기가 4개 들어있는 구성이다. 

펜 타입이 아니라 약액이 주입된 주사기를 개봉해서 스스로 본인 허벅지나 복부에 주사해야 하는데

예전에 언젠가 주사하는걸 동생이 보더니 "으~~~ 안아픔??" 하고 묻던게 기억난다.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갈 때는 조금 따끔한데 척추염 통증에 비하면 그냥 애교.

통증은 지난달에 비해서 줄어들었고 뻣뻣함과 저린 증상도 조금씩 개선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바뀐 주사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날이 흐리거나 비오기 전날은 매우 강한 통증이 올라와서 괴롭다.

이 부분은 앞으로 사용하는 주사의 갯수가 늘어갈수록 개선의 여지가 있으니 기대를 해본다.

 

요즈음은 통증도 통증인데 두려움 또한 커진다.

주사제를 다른 종류로 바꿨을 때 오히려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으로

기존 주사제로 다시 변경을 하려고 하면 보험 적용이 안돼서

사실상 기존 주사제로 돌아갈 수가 없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류마티스내과 선생님 권유대로 1개월만 더해볼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했었고

머릿속이 빙글빙글 어지럽다.

벌써 지난 1년간 주사제를 두번이나 다른 종류로 바꾸었는데

이번에도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부작용이 심해서 계속 쓸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고 이렇게 한개 두개 바꾸어 나가다가

강직성척추염 생물학적주사 치료제로써 출시된 모든 약물이

나와 맞지 않는다면 그때는 정말 어떻게 될 것인가 라는 근심도 늘어만 간다.

 

아프기 시작하면서 정말 얼굴이 많이 늙어 보인다.

표정도 어둡고 침울해지고 그래서 더 나이 들어 보이는 것 같다.

최근에 새치 염색도 시작했다.

가족들에게 다 물어봐도 흰머리가 조금 보이기는하지만 뭘 벌써 염색을 하냐는 답이 돌아왔으니

듣기 좋은말만 할게 뻔한 가족 어드밴티지 빼면 새치염색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마트에 가서 새치 염색약을 사면서 한숨이 나왔다.

게다가 글씨라도 쓰려고 볼펜을 잡으면 손가락에 힘이 안 들어가서

글씨를 쓰기가 쉽지 않다.

펜을 잡은 엄지손가락에 감각이 무뎌지기도 했고 좀 이상하다.

예전에 언젠가 진료실에서 '한번도 운동을 해본적이 없는 몸이네요' 라는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지금의 몸상태로만 보면 충분히 그렇게 보일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언젠간 다시 탈 수 있을 거라 믿으며 계속 가지고 있었던 MTB를 결국 사촌 형에게 보냈다.

비교적 최근까지 가지고 있던 MTB는 2대가 있었는데

한대는 미국 TREK사의 8500(현재의 트렉 프로칼리버 9.8과 동급의 레이스 사양으로 나온 모델) 프레임에

일본 시마노사의 MTB 구동파츠중 최상 등급인 풀XTR 구동계와 락샥사의 SID SL 서스펜션으로

내가 직접 모든 부품을 골라서 커스터마이징한 모델인데 조금 연식이 오래된 모델이지만

여러 전국대회 입상을 같이한 나름 의미가 있는 자전거여서 꽤 오랜 시간 소장을 했었다.

그 자전거는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에 옆집 학생에게 타라고 그냥 주었고  

사촌형에게 보낸 MTB는 허리가 아프기 시작할때쯤에 라이딩의 강도를 확 낮춰서 탈때

새로 구입한 GIANT사의 풀XT 구동계 사양의 완성차이다.

구입하고도 허리가 계속 아파서 그후로 몇년간 커버가 씌워진채

실내에 세워만 놓았기에 아직 새것의 느낌이 완전히 가시지않은 상태였다.

사실 그게 허리가 아픈거라기보다는 강직성척추염에 의한

천장관절에서 뻗어나가는 통증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더 빨리 보낼걸 그랬다. 

이제 다시 스포츠 라이딩의 목적으로는 자전거를 탈일이 없을듯하다.

아니 '탈수없다' 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작년에 동네에서 노란색 카카오바이크 자전거 숫자가 갑자기 확 늘어서

재미삼아 조금 타보았는데 누구나 쉽게 타라고 만들어놓은 생활형 자전거인데도 허리 골반통이 제법 있었다.

MTB를 타고 몇 미터씩 점프라도 하면 바로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활의학과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운동선수들도 강직성 척추염 확진을 받고 치료하면서

계속 선수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도 언젠가는 다시 그렇게 운동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래서 장비들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오른쪽 분홍색 피치 그림이 본인.

스쿠버다이빙 또한 마찬가지이다.

PADI 어드밴스드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한때는 참 재미있게 즐겼다. 

제주 범섬 일대의 바다는 참으로 아름답다.

드라이수트를 착용하면 겨울바다에서도 체온소실 걱정없이 스쿠버다이빙을 할수있지만

제주도 남쪽 해안은 12월 말에도 웻수트를 착용하고 물속에 들어갈수 있을만큼

다이빙을 하기에 좋은 곳이고 항상 기억속에 남아있는 곳이다.

올해까지는 국외로 나가기가 쉽지않을것 같으니 더 제주도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MTB가 신체에 직접적이고 강한 충격을 가하기 때문에 라이딩이 불가능하다면

물속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는건 신체에 충격이 조금 덜 가니까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해서

다시 스쿠버다이빙을 해보고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글을 뒤져보니

녹내장 환자도 스쿠버다이빙을 할수도 있다는 글이 보인다.

'수면하 잠수상황을 상정한 고압챔버 실험에서 안압이 상승되지 않았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이걸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나의 경우에도 적용이 되는 부분인지

정확히는 알수없으니 애매하다.

그렇다고 수면 근처에서 할수있는 스킨 스노클링을 하자니 물위에 계속 엎드려있는 자세가

안압에 악영향을 줄것같아서 애매하긴 마찬가지. 

참고로 본인은 강직성척추염의 합병증으로 추정되는 심한 녹내장으로 인해 시야의 약 절반을 잃었다.

현재도 고안압을 제어하기 위해 안약을 매일 점안해야만 한다.

 

 

무얼 다시 시작하든 우선은 몸이 어느정도의 신체활동을 버틸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요즘은 조금만 오래 걸어도 통증이 올라오고 무릎과 발목이 붓는다.

또 신체를 특정 각도로 움직이거나 구부릴 때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거나 잘 움직이기 힘들기도 하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가끔 생각을 해본다.

 

 

 

 

kiss kiss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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